미드로그, 늦은 시각 드라마를 리뷰해 보겠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브리저튼(Bridgerton)』은 셰릴 우드브리지(Shonda Rhimes)의 프로덕션을 통해 제작된 시대극이자, 로맨스와 사회적 풍속도를 절묘하게 엮은 하이브리드 장르의 결정체이다. 2020년 연말에 공개된 시즌 1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며, ‘레이디 휘슬다운’의 입을 통해 19세기 영국 상류사회의 정념과 음모, 그리고 사랑을 가감 없이 그려낸다. 당시의 교제 문화, 결혼 제도, 계급 간 욕망의 마찰, 나아가 사회 구조 속 여성의 존재론을 정면에서 다루며 몇 번이나 다시 반복해서 보게 만든다.
또한 흑인 공작은 정말 있었던가라는 의문도 든다.

출연자: 신선한 얼굴과 강렬한 인상
피비 디네버(Phoebe Dynevor): 브리저튼 가문의 첫째 딸 ‘다프네’ 역으로 출연, 고전적인 미와 현대적 주체성을 조화시킨 연기를 펼친다.
레게 장 페이지(Regé-Jean Page): '사이먼 헤이스팅스 공작' 역으로 강렬한 매력을 선보이며, 시즌 1의 로맨틱 텐션을 이끈다.
줄리 앤드루스: 레이디 휘슬다운의 내레이션으로 등장, 익명 칼럼니스트의 목소리를 통해 극의 중심축을 잡아낸다.
이외에도 브리저튼 가문의 8남매와 페더링턴 가문, 여왕과 귀족 사회의 인물들이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얽혀 이야기를 직조한다.
스토리: 사랑은 이성의 반대편에, 신분의 너머에
시즌 1은 주로 다프네 브리저튼과 사이먼 헤이스팅스 공작의 ‘가짜 연애’에서 시작해 진짜 사랑에 이르는 여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두 사람은 각자의 목적—다프네는 좋은 결혼 상대를 찾고, 사이먼은 결혼을 피하고자 함—을 위해 가짜 연애를 시작한다. 그러나 이 둘의 ‘연기’는 곧 사회적 시선과 내면의 진실이 뒤엉키며 실체화되고, 단순한 로맨스 이상의 갈등으로 확장된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는 당시 결혼이 개인적 선택이 아닌 ‘가문과 명예의 계약’ 임을 드러낸다. 특히 여성의 순결이 가문의 자산처럼 여겨지는 사회에서, 다프네가 겪는 심리적 억압과 욕망은 시대극이 아닌 현대극처럼 보이기도 한다.
역사적 배경과 현실: 브리저튼은 ‘소설’인가, ‘재현’인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점은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가이다.『브리저튼』은 줄리아 퀸의 로맨스 소설을 원작으로 하지만, 단지 판타지에 머물지 않는다. 드라마에 묘사된 19세기 초 리젠시 시대(1811–1820)의 교제 문화와 성적 코드, 여성의 사회적 위치는 상당 부분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다.
사교계 데뷔(coming out)는 실제로 귀족 가문 소녀들의 필수 절차였고, 여왕 앞에서의 프레젠테이션도 존재했다. 혼전 성관계는 공공연한 금기였으며,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이 강제되는 일도 실제로 있었다. 남성의 성생활은 보다 자유로웠다. 공작, 백작, 남작 등의 귀족 남성은 창녀, 무용수, 심지어 하인과의 관계도 묵인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에 반해 여성의 순결은 ‘가문 간 거래’에서 절대적 조건이었다. 사이먼과 다프네의 신혼 초 성에 대한 대화는 당시 여성의 무지와 남성의 권력, 즉 성교육의 부재가 사회적으로 용인되던 현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설정은 드라마를 단순히 '화려한 연애극'이 아닌, 페미니즘적 시선에서 읽을 수 있는 역사 드라마로 확장시킨다.
명대사 & 명장면: 말보다 시선, 입맞춤보다 긴장
사이먼: “나는 네 아이를 갖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가질 수 없는 거야.”
이 대사는 사이먼의 내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과거의 트라우마가 현재를 지배하는 인간의 복잡성을 상징한다.
다프네의 첫 경험 장면은 TV 역사상 가장 ‘교육적인 섹스신’이라 불릴 정도로 정서와 긴장, 윤리적 충돌이 교차하는 명장면이다. 레이디 휘슬다운의 마지막 내레이션: 그녀의 정체가 암시되는 시즌 피날레는 시즌 2로의 완벽한 다리 역할을 하며, 시청자의 궁금증을 끌어올린다.
결론: 욕망은 숨길 수 없다. 그것은 시대를 타지 않기 때문이다
『브리저튼 시즌1』은 결코 단순한 로맨틱 서사로 소비되기엔 아까운 작품이다. 화려한 의상과 궁전 배경 아래에 숨겨진 사회의 이중성과 인간 내면의 진실은,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여성의 주체성, 결혼 제도에 대한 회의, 계급의 불평등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한 담론이다.
이 드라마는 ‘사랑’이 시대의 벽을 넘어 어떻게 자라나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감시당하는 몸, 평가당하는 관계, 타인의 욕망을 살아야 하는 여성의 삶에 대해 조용히 문제를 제기한다. 19세기를 빌려 21세기를 이야기한 『브리저튼』, 그것이 우리가 이 드라마를 주목해야 하는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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