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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드 소년의 시간 (Adolescence) 심층 리뷰: 카메라만 알고 있다, 누가 괴물인지

미드로그 2025. 7. 2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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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미드로그입니다.

 

오늘은 미드 말고 영드를 가져왔습니다. 오랜만에 마음에 깊은 파문을 남기는 작품을 만났습니다. 넷플릭스를 둘러보다 우연히 발견한 영국 리미티드 시리즈, 《소년의 시간 (Adolescence)》. 단 4부작이라는 짧은 호흡에도 불구하고, 다 보고 난 뒤에는 긴 한숨과 함께 며칠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묵직한 질문을 남기는, 그런 종류의 드라마입니다.

 

단순한 범죄 스릴러로 여기기엔 이 작품이 파고드는 영역은 너무나 깊고 불편합니다. 오늘은 이 드라마가 어떻게 그토록 집요하게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지,

 

그 핵심적인 세 가지 축

① 멈추지 않는 카메라 (촬영법) ② 소년의 얼굴 뒤에 숨겨진 질문 (캐릭터) ③ 가해와 피해의 잔인한 경계

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멈추지 않는 카메라: 관객을 목격자로 만드는 연출의 힘

《소년의 시간》의 연출을 논할 때, '원테이크' 혹은 '롱테이크' 기법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1화, 13살 소년 제이미의 집에 경찰이 급습하는 장면은 이 드라마의 정체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카메라는 굳이 우리를 편하게 두지 않습니다. 현관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 카메라는, 혼비백산하는 가족과 겁에 질린 제이미의 어깨너머에서 단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습니다. '컷!' 하고 우리를 현실로 돌려보내 주는 안전장치가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제이미와 함께 좁은 집 안에서 숨 막히는 시간을 견뎌야만 합니다.

 

이 집요한 카메라 워크는 단순한 촬영 기법을 넘어, 감독의 명확한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바로 관객을 '안전한 관찰자'에서 '불편한 목격자'로, 나아가 '무력한 공범'으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우리는 제이미의 공포와 가족의 붕괴를 바로 옆에서 생생하게 체험하며, 이 비극에 정서적으로 깊이 연루되고 맙니다. '편집'이라는 인위적인 개입을 제거함으로써, 오히려 가장 날것의 현실감과 질감을 스크린 위에 구현해 내는 연출의 힘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를 좋아하나요?": 소년의 얼굴 뒤에 숨겨진 처절한 질문

이 드라마의 심장은 단연 주인공 '제이미'입니다. 신예 '오언 쿠퍼'가 연기한 이 13살 소년은, 비극적 사건의 중심에 선 다른 어떤 소년 주인공과도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3화 상담 장면에서 제이미는 상담사에게 뜬금없이 묻습니다. "나를 좋아하나요?" 이 장면에서 저는 숨을 멈췄습니다.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닙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이들이 '살인자'라는 낙인을 찍은 세상 속에서, 자신의 존재 자체를 긍정해 줄 단 한 사람을 찾는 처절한 몸부림입니다.

 

제이미는 극단적인 이중성을 지닌 인물입니다. 경찰의 총구 앞에서 두려움에 떠는 영락없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통제되지 않는 거친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의 행동은 순수한 악의라기보다, 트라우마와 고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왜곡된 발버둥처럼 보입니다.

 

그의 질문은 우리에게 되돌아옵니다. '당신은 이런 나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가? 내 안의 어둠과 여린 모습을 모두 본 후에도, 나를 한 명의 인간으로 대할 수 있는가?'라고 말이죠. 이처럼 《소년의 시간》은 가해자를 단정적으로 심판하는 대신, 한 인물이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우리의 윤리적 경계심을 끊임없이 흔듭니다.




 

마치며: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남기다

《소년의 시간》은 분명 쉽고 편안한 드라마가 아닙니다. 하지만 숨 막히는 연출,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 그리고 '가해와 피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어우러져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범죄 스릴러의 장르적 쾌감과 함께, 가족과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원하신다면 이 4부작의 여정을 꼭 함께해 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이라면, 스크린 속 제이미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고 그의 질문에 답할 수 있으신가요?

 

여기까지 미드로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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